- Special Issue Intro 재난안전 기술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
반복되는 재난과 사고
1959년 태풍 사라가 내습하여, 849명이 사망하였다. 1994년에는 성수대교가 무너졌고, 32명이 사망하였다. 1995년에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발생하여, 502명이 사망하였다. 2014년에는 세월호가 침몰하여, 304명이 사망하였다. 2020년 발생한 이천 물류창고 공사 현장 화재로는, 38명이 사망하였다. 2022년 이태원에서는 인파 사고가 발생하여, 159명이 사망하였다. 2024년에는 무안공항에서 여객기가 추락하였고, 179명이 사망하였다.
기후변화로 인하여 기상재해가 일상화되고, 산업사회가 고도화되며 사회재난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 사회에 재난과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반복되는 원인은 제도적 미비, 안전불감증과 기술 부족 및 기후변화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우리는 사고와 재난으로부터 안전을 배웠다. 1990년대 이전까지는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관련 대책을 만들어왔다. 예를 들어, 1970년 와우아파트 붕괴 사고로 ‘건축물 안전진단 기준’이 대폭 강화되었다. 1970년 평화시장 화재 사고, 1971년 한인은행 본점 신축공사 붕괴 사고, 1977년 부산 부두 크레인 붕괴 사고를 계기로는 1977년 「산업안전법」이 제정되었다. 보건학적 위험성도 개선하기 위해 1981년에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제정되었다. 이 「산업안전보건법」은 여러 차례 전면 개정되었는데, 원진레이온 직업병 사건과 문송면 군 수은중독 사망사건을 계기로 1990년 전면 개정된 바 있다. 이때 사업주의 산업재해 예방 의무와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였다. 또한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가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위험 작업에 대한 도급을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하여 2019년 전면 개정되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를 겪으면서는 시설물의 유지·관리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시설물안전관리특별법」이 제정되었으며, 시설안전기술공단(現국토안전관리원)도 설립되었다. 이와 함께 시설물안전관리시스템(Facility Management System, FMS)이 도입되었으며, 시설물 유지관리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처럼 과거 대한민국의 재난안전 법·제도와 대응체계 및 대응 기술은 대형 재난이 발생한 후에야 마련되는 과정을 반복하며 점차 자리를 잡아왔다. 그러나 이러한 사후 대응 방식의 한계가 인식되면서, 보다 적극적인 예방 중심의 정책과 기술개발이 사회적으로 요구되기 시작하였다. 이에 2007년 ‘재난 및 안전관리 기술개발 종합계획’이 5년 단위로 수립되기 시작하였으며, 재난안전 기술개발(R&D) 예산도 2010년 205억 원에서 2022년 1,034억 원까지 확대되었다.
기술 중심의 재난안전 시스템 구축
현대사회의 재난과 사고가 점점 더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형태로 나타나면서, 과거 인력 중심의 재난·안전관리에서 기술 중심의 재난·안전관리로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1998년부터 정부는 통합적 재난 대응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국가재난관리시스템(National Disaster Management System, NDMS)을 개발·운영하고 있다. 국가재난관리시스템은 재난 발생 시 정부, 지자체, 소방, 경찰, 군대, 민간기관 등이 협력하여 신속하게 재난 대응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해 준다. 이때 공유되는 정보로는 재난 발생 정보와 정부 대응 정보 및 재난 예방·대비·대응·복구 업무 수행을 위한 절차와 보고서들이 있다.
재난 대응 기관 간의 정보 소통을 위해 대한민국은 2021년 세계 최초로 전국 단위 재난안전통신망(PS-LTE; Public Safety-LTE)을 구축하였다. 과거에는 경찰, 소방, 군, 지자체가 서로 다른 통신수단을 활용하였기에, 긴급하게 대응하여야 하는 재난 상황에서 정보전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재난안전통신망은 대규모 재난이 발생했을 때 일반 통신망이 마비되더라도 우선하여 작동하고, 문자·음성 정보뿐 아니라 영상 데이터도 실시간 전송이 가능하여 현장 상황을 더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국민들이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재난 위험 요소를 미리 확인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생활안전지도’ 시스템도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다. 생활안전지도에는 홍수, 산사태, 지진 등의 위험 요소가 지역별로 지도에 표출되어, 국민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사고 발생 시 지도가 바로 업데이트되어, 실시간 위험 요소를 확인하는 데에도 사용된다.
국민 일상생활의 안전을 확보하는 기술도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술이 화재 안전 기술과 교통안전 기술이다. 화재 안전 기술 중에서는 화재 감지 및 대응 기술과 대피 안내 기술에서 비약적인 발전이 있었다. 기존의 화재 감지 기술은 연기 및 온도 감지 센서를 이용하여, 화재로 인한 온도상승과 연기 발생 감지 시 경보를 발령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공지능 영상 분석을 통해, 불꽃과 연기 등 화재 징후를 자동으로 감지하여 경보를 발령하고 있다. 또한 일부 최신시설에는 경보가 발령됨과 동시에 스마트 대피 유도 시스템이 작동하여, 화재 발생 위치와 대피자의 위치를 고려한 가장 안전한 경로로 대피자들을 안내하고있다. 화재 대응 시스템에서는 화재 발생 층을 특정하여, 필요한 구역에만 소화액을 분사하도록 발전했다. 사람이 진입하기 어려운 지역에는 소방 로봇이 투입되기도 한다.
이태원 참사 이후에 인파 사고 관리시스템도 개발·구축 중이다. 통신사 기지국에 접속된 인원 및 지능형 CCTV를 통해, 일정 수 이상의 인파가 모이면 경고를 발령하고 관리 및 위험 안내 인원이 출동하도록 하고 있다.
그림5 현장 인파 관리시스템 개념도
재난 및 사고 피해 예방을 위해 다양한 기술과 시스템이 개발·활용되고 있다. 덕분에 재난 피해가 줄어들고 사회의 안전수준은 높아지고 있으나, 재난과 사고는 현재에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우리의 재난안전 정책·기술이 이미 발생한 재난과 사고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즉, 재난·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기술과 시스템을 개발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재난·사고 예측 및 대응 정책·기술을 선제적으로 개발해 나갈 필요가 있다.
안전이 기본이 되는 안전 사회를 위한 도전
현대사회에서 안전은 더 이상 부가적인 요소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기본적인 권리로, 국가와 사회가 반드시 보장해야 할 필수적인 가치이다. 과거에는 재난과 사고가 발생한 이후 대응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에는 사전 예방과 선제 대응을 통한 안전 사회 구축이 강조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성수대교 붕괴(1994), 삼풍백화점 붕괴(1995),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2003), 세월호 참사(2014), 이태원 참사(2022) 등 크고 작은 사고를 겪으며, 안전이 사회의 기본적인 가치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했다. 하지만 여전히 반복되는 사고와 재난 속에서, 안전 시스템이 완전히 정착되지 못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은 단순한 재난 대응을 넘어, ‘안전이 기본이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 발전, 법·제도 개선, 국민 안전의식 강화, 재난 대응체계 혁신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먼저 재난안전 기술에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드론 등의 첨단기술을 적용하여 보다 신속하고 정밀한 재난 예방과 대응이 가능하도록 수준을 높여야 한다. 그다음으로는, 재난안전 관련 법·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여 실효성을 확보하고 강력한 예방 중심의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체계적인 교육을 시행해 국민의 안전의식을 높이고 개인의 재난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상기한 노력이 어우러질 때, 대한민국은 단순히 사고를 막는 수준을 넘어 ‘안전이 당연한 사회’로 나아갈수 있을 것이다. 기술과 법·제도 그리고 국민 의식이 조화를 이루어 지속가능한 안전 사회에 도달하길 기대한다.
- Vol.470
25년 03/04월호